물가는 뛰고
“시금치가 한 단에 만 원까지 갔다. 추석 때 시금치 빼고 잡채를 허옇게 했다.” “사과도 하나에 만 원까지 가 장바구니에 못 담았다.” 먹거리 물가가 폭등했다. 냉해·장마·폭염 등 이상기후로 사과는 지난해보다 55% 뛰었고, 복숭아와 귤도 40% 올랐다. 아이들의 생존 수단인 흰 우유도 편의점 기준으로 3,200원까지 올랐다. 덩달아 아이스크림 값도 올랐다.
공공요금도 올랐다. 수도권 지하철비가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올랐다. 내년에 다시 150원 더 올릴 거라고 한다. 전기·가스·수도 가격도 지난해 대비 19.1%나 올랐는데, 전기요금을 7,000~8,000원씩 더 부담하게 곧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난방비 걱정이 커진다.
기름값도 다시 무섭게 오르고 있다. 12주 연속 상승해 휘발유값은 현재 전국 주유소 10곳 중 3곳에서 1,800원대다.
실질임금은 줄어
9월 소비자물가가 3.7% 올랐다. 3.7%라고 하니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2020년 9월 물가를 100으로 했을 때 113에 해당하는 수치로 3년 사이에 13%나 폭등한 셈이다.
우리 임금도 3년 새에 13% 이상 올랐는가? 공무원·공공부문 임금은 정부 가이드라인 때문에 2021년 0.9%, 2022년 1.4%, 2023년 1.7% 올랐을 뿐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겨우 2.5% 오른다. 공기업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실질임금을 크게 삭감당하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 없으니 노동자들이 여기저기서 싸우고 있다. 의사들의 인건비만 대폭 올릴 뿐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1.7%로 묶는 것 등에 반발해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11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경북대병원, 부산지하철,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도 임금인상, 인력충원, 직무성과급 반대 등을 내걸고 동시에 파업에 들어간다.
미국의 파업 물결
미국에서도 고물가에 맞서 임금인상을 외치며 노동자들이 줄파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 최대 의료기업 ‘카이저 퍼머넌트’ 노동자 7만 5천 명은 10월 4일부터 3일간 파업했다. 간호사, 약사는 물론이고 기술직과 사무직 직원, 환경노동자 등 수많은 직군의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해 최소 24.5% 임금인상, 인력충원 등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미국자동차노조(UAW)는 3년간 40% 임금인상, 주4일 근무 등을 요구하며 사상 최초로 GM, 포드, 스텔란티스 3사 동시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조도 7월부터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할리우드 방송·영화 작가 1만 1,500명은 5월부터 5개월 동안 파업했는데, 임금 인상,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권리 보호 등 요구를 거의 다 얻은 것 같다고 한다.
투쟁 없이 쟁취 없다
이스라엘-하마스 전면 충돌로 국제 유가가 4% 급등했다. 이 전쟁에 이란도 관련돼 있어 전쟁이 확산하면 기름값이 더 폭등할 것이다. 자본가들은 자기 이윤이 줄어드는 걸 조금도 감수하려 하지 않으므로, 기름값이 오르면 물가를 더 올려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다.
노동자들이 물가폭등 상황에서 실질임금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단결투쟁뿐이다. ‘물가가 뛰는 만큼 임금을 대폭 올려라’고 요구해야 한다. 물가폭등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노동자들은 인력부족, 고강도 노동, 민영화 등에 맞서서도 싸울 수 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위해 뭉쳐서 싸우고 연대한다면, 착취와 억압의 현장을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재앙, 침략전쟁 등으로 얼룩진 사회도 바꿀 수 있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3년 10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