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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국민연금, 왕창 더 내고 훨씬 덜 받아라?


  • 2025-03-06
  • 222 회

정부가 연금개악 칼을 빼들었다. 지금 국힘과 민주당은 연금개악을 어떻게 논의할지를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저들이 선거가 멀리 떨어져 있는 올해를 연금개악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있으므로, 어떻게든 연금개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자칫하다간 우리 노동자들이 눈 뜨고 코 베일 수 있다.


1인당 2,000만 원 연금삭감


정부안은 우선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왕창 올리겠다고 한다. 월 300만 원 받는 노동자는 한 달에 6만 원, 1년에 72만 원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2%로 거의 제자리인 셈이다. 이번 정부안은 그동안 나온 안 중에서 가장 나쁜 안에 속한다.


그런데 정부는 ‘자동 안정화 장치’까지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는 기대 수명이 늘어나거나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면 자동으로 내는 돈을 올리거나 받는 돈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자동 안정화 장치란 연금삭감 자동장치일 뿐이다. 정부안대로 하면 1인당 연금총액이 2,000만 원 이상 깎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정부는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안을 내놨다. 청년층의 보험료는 천천히 올리고, 장년층의 보험료는 빨리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세대 노동자에게 안 좋다. 장년층 노동자는 보험료가 빨리 올라가므로 당장 허리띠를 더 바짝 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연금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사장들은 장년층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거나 빨리 내쫓으려 할 것이다. 청년 노동자한테도 안 좋다. 장년 노동자는 청년 노동자의 가족, 동료이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 노동자가 연금을 받을 때쯤엔 자동 안전화 장치가 작동해 연금이 삭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대별 차등은 교묘한 세대별 갈라치기로 전 세대 노동자를 더 확실히 쥐어짜려는 것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반도 안 된다. 그리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한 수령액의 평균이 월 65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 국민연금은 ‘용돈연금’으로 전락했다. 이러니 66세 이상 한국 노인 10명 중 4명은 빈곤하다. 한국 노인 빈곤율은 OECD 1위로, OECD 평균(14.2%)보다 3배 높다.


OECD 국가들의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평균 51.8%인 데 비해 한국은 31.2%밖에 안 된다. 정부는 1988년 70%에서 시작해 현재 42%까지 떨어진 소득대체율을 대폭 높여 ‘노후소득을 보장’하려 하지 않고, 국민연금은 용돈연금 수준으로 더 확실히 팽개쳐 두고 사적 연금시장을 활성화해 재벌들 배만 불리려 한다.


관건은 누가 돈을 더 낼 건가다


민주당은 정부 연금개악안을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민주당 이재명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내는 돈을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은 겨우 44%로 하는 국힘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여야 모두 내는 돈을 13%로 왕창 올리는 걸 전제로, 받는 돈을 42~44% 사이에서 어디로 정할지를 놓고 입씨름을 하다가 올해 말쯤 대충 타협할 가능성도 많다.


머지않아 연금기금이 고갈될 것이므로 내는 돈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데 국힘과 민주당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연금기금 고갈은 처음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처음엔 내는 사람은 많고 받는 사람은 적었는데, 갈수록 받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고갈돼도 연금은 무조건 받는다. 지금 건강보험처럼 그리고 수많은 나라의 연금제도처럼 그해 낸 돈으로 그해 연금을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관건은 누가 돈을 내느냐다. 국민연금에 대해, 내가 낸 돈을 나중에 돌려받는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대다수는 노동자로서 이 사회를 위해 한평생 땀 흘려 일했던 노인을 사회가 공동으로 부양하는 것으로 여겨야 한다. 여기에서 큰 책임은 자본가들에게 있다. 그들이 노동자들을 평생 착취해 막대한 부를 쌓았기 때문이다.


여야 지배자 모두 노동자 민중에게 부담을 얼마나 더 지울까만 고민할 뿐, 자본가들의 부담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은 말하지 않으며 상상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의 생존권과 우리의 노후를 지키려면 어떤 지배자도 믿지 않고 우리의 단결만 믿어야 한다.

 

 

철도 격주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4년 9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