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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폭염 때 쉴 권리, 폭염 없이 살 권리를 위해


  • 2025-03-06
  • 194 회

날마다 펄펄 끓고 푹푹 찐다. 40도 넘는 곳까지 나왔다. “올여름이 당신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것을 보면, 해마다 폭염이 심해질 것이므로 여름이 끝나가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


폭염 노동


이런 폭염에도 많은 노동자가 야외에서 일하고 있다. 이미 건설노동자 2인이 6월과 7월에 일하다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체감온도가 35도 넘으면 한낮에는 옥외작업을 중단하라는 게 노동부 권고이지만, 건설노조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80.6%는 계속 일해야 했다. 그리고 81.5%는 1시간 중 10~15분의 규칙적인 휴식도 보장받지 못했다. 노동자들이 쓰러지든 말든 이윤을 위한 산업 행군을 강행하는 것이 자본가들의 냉혹한 경제전쟁 법칙이다.


많은 이주노동자가 농촌 지역 비닐하우스에서 12시간 이상 폭염 노동을 하고 있다. 배달노동자들도 땀으로 샤워하며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7000억 원을 버는 등 배달 자본가들은 부를 많이 쌓아올렸지만, 이윤을 더 늘릴 궁리만 하지 노동자들이 폭염 때 쉬게 할 궁리는 하지 않는다.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고통스럽다. 전기요금을 아낀다고, 공공기관 성과 평가를 대비해야 한다고 에어컨을 안 틀어줘 30도 넘는 실내에서 일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도 적지 않다.


노동부 폭염 지침이 있지만 의무가 아니라 권고일 뿐이라 자본가 입장에선 ‘안 지켜도 그만’이다. 폭염 지침을 강화하고 법으로 만들어 강제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법을 만드는 것도, 그리고 폭염 시 작업중지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것도 노동자들이 집단적 힘을 자각하고 단결투쟁할 때만 가능하다.


폭염 사망


폭염이 더 심해지고 길어져 온열질환자도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 8월 10일까지 2,213명이 온열질환에 걸렸고, 그중 20명이 죽었다. 이런 희생자는 대부분 눈에 잘 띄지 않는 노인, 빈곤층, 1인 가구 사람들이다. 기초연금 말고는 소득이 거의 없어 가난한 노인들은 폭염 속에서 폐지를 줍거나, 폭염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에서 몇 시간씩 무료하게 보내기도 한다.


노인인구가 1,000만을 넘어섰다. 자본가들과 그 정부는 젊은 시절의 현재 노인 상당수를 ‘산업역군’으로 칭송하며 평생 착취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노인들이 그들의 이윤증식에 도움이 안 된다고 차갑게 외면하고 있다. 자본가와 부자들, 불로소득자들에게 감세해준 돈을 노인복지에 쓴다면 ‘소리 없는 살인자’ 폭염이 노인들의 수명을 단축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폭염 때문에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고,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수족구병과 백일해 등 감염병이 폭증하고 있다. 강렬한 땡볕에 채소가 시들어지거나 병이 들어, 채소값도 폭등하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애호박은 19.1%, 오이는 36.9%, 청양고추는 56.2%나 올랐다.


폭염 재앙 없는 세상


세계를 보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2000~2019년까지 폭염으로 매년 48만9,000명이 죽었다. 그리고 폭염으로 식량 생산의 12%가 줄었다. 올해 학생 8,000만 명이 폭염 때문에 학교에 못 갔다. 지금 10억 명 넘는 인류가 50도 넘는 살인적 폭염에 노출돼 있다.


폭염과 함께 가뭄, 산불, 폭우, 폭설 등 다른 기후재앙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최첨단 AI 기술 문명을 자랑하는 시대이지만, 인류는 야만의 기후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야만의 기후는 야만의 착취, 야만의 억압, 야만의 전쟁이 그렇듯 자본주의의 필연적 산물이다.


그렇다면 누가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해 폭염을 초래하고, 폭염 때에도 이윤을 위해 노동자 안전을 팽개치는 자본가들과 그 정치인들에겐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전기 아껴 쓰기’ 같은 개인적 실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폭염 때 에어컨을 끄고 살 순 없지 않은가?


‘폭염 때 쉴 권리’ 등 당면 권리를 위해, 나아가 이윤이 아니라 안전과 환경을 중시하는 ‘폭염 없는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이 나선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4년 8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