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윤석열 정부가 터무니없는 자본가·부자 감세안을 내놨다. 집권 초부터 기업 법인세를 낮추고,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더니, 이젠 상속세까지 깎아 자본가·부자들의 뒤를 확실히 봐주겠다는 것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겠다고?
현재 30억 넘게 상속받으면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2023년에 최고세율(50%)을 적용받아 상속세를 낸 이들은 전체의 6.3%(1251명)였지만, 이들이 낸 세금의 비중은 80.7%(9조9158억원)였다. 따라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이 한 줌 자본가, 초부자들을 위한 특별선물이다. 이 안대로라면 최상위 억만장자 29명의 상속세는 평균 62억 원씩 줄어든다.
이 자본가, 초부자들의 막대한 부는 어떤 형태로든 노동자 피땀을 쥐어짠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속세 인하는 자본가, 초부자 흡혈귀들이 이런 피땀을 더 많이 빨아먹을 수 있게 도와주려는 것이다.
대기업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받을 때 20% 할증하는 제도를 전면 폐지하려는 것도 자본가 감세의 전형이다. 한국에는 지배주주가 자기 주식만 시가 대비 40% 넘는 프리미엄을 받고 지배권을 팔아먹는 제도가 있다. 그런데도 20% 할증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자본가들의 배를 팍팍 채워주겠다는 것이다.
상속세 자녀 공제금액을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 늘리려는 것도 문제다. 상속재산이 총 45억 원이고, 배우자가 30억 원, 세 자녀가 5억 원씩을 상속받는 경우라면 상속세는 0원이 된다.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를 2년 더 유예하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아예 폐지하겠다고 한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불로소득)이 연 5,000만원을 넘는 경우 매기는 세금이다.
민주당의 ‘부자감세 반대’를 믿을 수 있을까?
정부안에 대해 민주당은 ‘부자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부자감세’에 일관되게 반대하기 어렵다. 금투세만 하더라도 지난해 1월에 시행할 예정이었는데, 여야 합의로 2025년으로 2년 유예했다. 그리고 이재명은 최근 금투세 관련해 “5년간 5억 원 정도 버는 것에는 세금을 면제해 줘야 한다”고 했다.
사실 민주당은 지금까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인하, 가업상속공제 확대, 기업 세액공제 확대 등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에 계속 협조해 왔다. 그리고 총선이 끝나자마자 민주당 고위당직자들은 자본가·부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1주택자 종부세 폐지, 상속세 완화 등 부자감세 방안을 거듭 제기해 왔다. 민주당이 이렇게 먼저 부자감세에 열을 올리니, 윤석열 정부가 부자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를 과감하게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 국세 수입은 2022년 대비 56조 원이나 감소했다. 기업 법인세 비중은 크게 감소한 반면, 근로소득세 비중은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자본가·부자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를 노동자·서민 증세로 메운 셈이다.
노동자들은 물가도 오르고 근로소득세, 전기세, 난방비, 교통비 등도 다 올라 허리가 휘고 있다. 그런데 여야 모두 노동자의 고통은 나 몰라라 한다. 노동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그들은 국회에서 입씨름을 하다가 결국 대충 절충하고 부자감세를 관철하려 할 것이다.
돈은 충분하다. 어디에 쓰느냐가 문제다.
부자감세가 보여주듯, 이 사회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자본가들과 그 정치인들이 노동자들의 피땀을 쥐어짜 자본가들의 배를 채우는 데만 혈안인 것이 문제다. 물가 오른 만큼 임금을 대폭 올리는 것도, 400만이 넘는 청년실업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주는 것도, 폭염·폭우·혹한 때문에 일하다 병들지 않을 안전한 직장을 만드는 것도, 평생을 땀 흘려 일하고 정년퇴직하는 노동자들에게 복지를 넉넉히 보장하는 것도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은 빼앗긴 피땀을 되찾기 위해 많은 노동자가 힘을 모을 때만 가능하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4년 7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