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설명: 5월 29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조합원이 2만 8천 명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회사 창립 55년 만에 첫 파업을 선언하자, 조중동을 비롯한 자본가 언론들이 집중포화를 쏟아부었다. “전 세계가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고 “회사가 위기”인데, “억대 연봉자들이 철부지 같은 떼쓰기”를 하고 있고, 민주노총에 들어가려는 “저의”를 품고 “일부러 강경투쟁”을 벌인다는 식이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왜 파업을 선언했는가?
소수 노조 간부의 ‘저의’ 때문에 삼성노동자 수만 명이 움직이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장난감 병정 취급하는 가증스런 모독이다.
파업의 배경엔 노조 탄압이 있다. 5월 24일, 강남역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2,500여 노동자가 모여 “노조탄압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재용은 2020년 국정농단 뇌물죄와 노조탄압 문제로 구속위기에 처했을 때 무노조 경영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삼성 자본은 올해도 노조를 배제한 채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렸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는 절대 안 된다”던 삼성 창업주의 노조 혐오가 지금까지도 만연해 있는 것이다.
“(노사협의회) 사원대표 8명이 삼성전자 12만 명의 임금을 결정하는 게 맞습니까?” 4월 17일 집회에서 한 조합원이 이렇게 말했다. 이번 파업 선언은 지독한 자본가 독재에 맞서며 노동자 민주주의를 추구하겠다는 노동자들의 위대한 인간 선언이다.
만약 노사협의회에서 결정했으므로 단체교섭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삼성 자본가들의 논리가 퍼진다면, 삼성전자노조를 비롯해 과반수 노조가 아닌 수많은 노조가 무력화될 것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파업의 배경엔 성과급 문제도 있다. 올 1월, 옆 부서에선 연봉의 50%까지 성과급을 받았는데 반도체 부문 노동자들은 성과급을 한 푼도 못 받았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성과급 기준이 공정하거나 투명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성과급이 부러져, 연봉이 30%나 삭감됐는데, 임원들에겐 인센티브를 2억 5천만 원씩 지급하니 열 받아”, 지난해 말까지 1만 명 정도였던 조합원이 지금은 2만 8천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경제전쟁의 총알받이가 돼 계속 희생하라는 건가?
안으론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밖으론 대만 TSMC에 밀리는 ‘총체적 위기’이므로 파업하지 말라고 자본가 언론들은 윽박지른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 터지게 경쟁하지 않고, ‘총체적 위기’가 아닌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그리고 경쟁의 목적이 이윤, 즉 자본가 이익 극대화가 아닌 적이 있었는가? 왜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을 위한 경제전쟁에서 총알받이가 돼야 하는가? 자본가 언론들이 ‘노동 귀족’이라고 매도하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조차 그동안 숱하게 희생을 치렀다.
유독물질과 발암물질이 가득한 반도체 공장은 소리 없는 살인자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매일매일, 조금조금씩 병들면서 언제 암에 걸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득 안고 있다. 관리자의 고과 평가에 따른 성과급은 노동자들에게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준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우울증세 유병율은 45.8%로 일반인구 평균 18.4%의 두 배를 훌쩍 넘겼고, 수면장애 비율은 65%로 평균보다 4배 이상이었다. 모든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대부분 과도한 업무량, 부족한 인력, 고과 평가 등 때문에 노동강도가 높다고 했다.
우리 모두를 위한 투쟁
이런 노동자의 위기가 더 중요한 문제이기에,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총알받이가 돼 계속 희생당하길 거부하고, 단결투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려 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올바른 노동자의 길 아니겠는가!
자본가 계급이 온갖 궤변으로 삼성전자 파업을 비방하는 이유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지금 한국 노동자들의 대표 선수와 같으며, 파업이 이 사회의 진짜 주인이 누구이며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노동자의 대표적인 투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들의 비방에 모든 노동자가 맞서야 한다. 삼성전자 노동자의 승리는 모든 노동자의 승리다!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4년 6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