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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총선 평가 – 윤석열은 참패했지만, 노동자는 아직 이기지 않았다


  • 2025-03-05
  • 160 회


윤석열 정부에 대한 크나큰 반감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가 참패했다. 국민의힘은 기존 114석에서 108석으로 줄었다. 특히 접전지였던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대파당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투표에 영향을 미친 1순위 요인은 ‘물가 등 민생 현안(30%)’이었다. 월급 빼고 다 오른 상태에서 윤석열의 ‘대파’ 발언은 노동자 민중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채상병 수사 외압 피의자를 도주시키고, 거부권을 아홉 번이나 남발하는(노란봉투법‧이태원참사법‧김건희특별법…) 등 독재 스타일도 반감을 크게 키웠다.

그래서 민주당이 압승했다. 하지만 득표수를 보면 민주당이 1,476만 표(50%)로 국민의힘 1,300만표(45%)에 비해 160만 표(5%) 많을 뿐이다. 수십 개 접전지에서 간신히 이겼다. 그래서 “참패했지만 가랑비 전략으로 3%만 가져오면 대선에 이긴다”고 어느 국힘 의원은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의 부동산 폭등 등을 고려하면, 민주당이 물가 등 민생에서 더 낫다고 절대 볼 수 없다.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너무 못해서 민주당이 이겼을 뿐이다. 조국혁신당의 선전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가 참패했지만, 노동자가 이긴 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노동이슈’는 사라졌다.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은 ‘대파’에 열을 올렸지만, 립서비스로라도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조국혁신당은 중소기업 임금을 올린다는 구실로 대기업 임금을 깎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자본가들의 이윤은 건드리지 않은 채 노동자 임금을 하향평준화하겠다는 것이다.

‘노동 없는 총선’은 노동자 운동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이익을 올곧게 대변하는 진짜 노동자당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녹색정의당의 몰락과 진보당의 투항


녹색정의당은 4년 전 총선에선 270만 표(9.7%)를 얻었으나 이번엔 60만 표(2.14%)만 얻었다. 심상정 등 주요 인물도 큰 표차로 모두 낙선했다. 녹색정의당의 몰락은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정의당은 노동자들의 하루하루 삶과 투쟁에 헌신적으로 결합하지 않은 채 선거 때만 ‘노동’을 반짝 내세우고 표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때는 딸 입시특혜로 위기에 몰린 조국을 지키는 등 민주당 2중대 노릇을 노골적으로 했다.

진보당은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이 만든 비례 위성정당에 들어갔다. 진보당이 이렇게 민주당과 ‘연대’하면, 과거 철도 파업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탄압했을 때처럼 앞으로 민주당 정부가 노동자들을 공격할 때 진보당 지도자들이 정부 편을 들 수 있다. 실제로, 2010년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법 판결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하며 25일간 파업했을 때, 진보당 계열 지도자들은 민주당과 함께 파업을 파괴하는 역할을 했다.


노동자의 삶을 바꾸려면


치킨, 햄버거부터 초콜렛, 김까지 총선이 끝나자마자 식품 기업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스라엘-이란의 확전 가능성 때문에 휘발유 가격도 1,700원을 넘었다.

윤석열이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를 최저임금보다 적게 주고 가사도우미, 간병인으로 쓰자고 했다. 서울시의회는 65세 이상 노인에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총선에서 참패했으므로 윤석열 정부가 당분간은 마음대로 날뛰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라는 3고 위기 속에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계속 공격하려 할 것이다. 지지율이 23%로 추락한 윤석열 정부는 이재명을 만나 숨통을 튼 뒤, 3대 개악(노동, 연금, 교육)에 다시 시동 걸려 할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남은 3년 동안 국회에서 입씨름한 뒤,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잡으면 과거 민주당 정부처럼 ‘반노동자’ 행보를 이어갈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삶을 바꾸려면 물가 뛰는 만큼 임금 인상, 최저임금 대폭 인상, 임금삭감 없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 모든 해고 금지,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등을 내걸고 단결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자본가당으로부터 독립적이며, 현장에 깊이 뿌리를 두고, 노동자 세상 건설에 앞장서는 진짜 노동자당을 건설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4년 4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