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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중동의 화약고, 어디까지 터질 것인가?


  • 2025-03-06
  • 215 회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로 쳐들어가 1000여 명을 학살한 다음 1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이스라엘은 수많은 폭격과 지상군 투입으로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여성을 포함해 4만2천여 명을 죽였고, 거주자의 90%가량인 190만 명을 피란민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올해 9월 27일부터는 헤즈볼라를 상대로 전면전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전에도 헤즈볼라를 겨냥해 포격하긴 했지만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한 건 18년 만에 처음이다. 레바논에서도 무차별 포격으로 2,000명 넘게 죽고, 1만 명 가까이 다쳤으며, 100만 명이 살던 곳에서 떠나야 했다.


중동 패권 노리는 이스라엘


6일,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7개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고 했다. 7개 전선이란 가자지구, 서안지구,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예멘, 이란을 뜻한다. 즉, 중동 곳곳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한 연구소는 최근에 “이 전쟁은 이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문제가 아닌, 이란 대 이스라엘 사이의 지역 패권 전쟁으로 비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친이란 무장세력인 ‘저항의 축’을 무력화해 중동 정세를 재편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란의 핵무기를 우려해 왔기에 이참에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석유는 이란의 핵심 경제 자원이므로 이란 석유 시설을 공격해 이란 경제의 목줄을 죄려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오랜 숙적 이란을 이번 기회에 제압하고 싶을 것이다.


이스라엘 뒤에는 미 제국주의


이스라엘이 이렇게 중동 곳곳을 거침없이 ‘불바다’로 만들고 있는 것은 바이든 정부의 임기 말 공백을 노린 측면도 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중동 확전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서도,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해 왔다. 이번 레바논 공습 직전에도 미국 정부는 주저 없이 이스라엘 군에 11조 7,000억 원을 추가 지원하는 것을 승인했다. 지난 1년 동안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려 24조 원의 군사 원조를 제공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래 미국 군사 원조의 최대 수혜국이었으며, 지난 1년 동안 역대 최고 지원을 받았다. 이스라엘의 전쟁은 곧 미 제국주의의 전쟁이다.


이스라엘은 탄생할 때부터 미국의 중동 경비견이었다. 중동은 석유가 많이 나고, 홍해는 해상무역의 요충지이기에 미 제국주의는 이스라엘을 이용해 중동을 통제하려 해왔다. 이런 미 제국주의의 이해관계가 중동을 수십 년 동안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로 만들어왔고, 지금도 끝없이 더 큰 전쟁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해야 한다고 거리낌 없이 주장했다. 해리스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수뇌부를 암살하려고 주택가 한복판에 1톤짜리 폭탄 100여 개를 쏟아부어 수백 명의 남성과 여성, 어린이까지 죽인 것을 ‘정의의 조치’라고 했다. 따라서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중동의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누가 야만의 전쟁을 끝낼 수 있나?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알려지자, 국제 석유가가 하루에 5%나 뛰기도 했다. 중동 확전은 수년 동안 물가가 올라 힘겨웠던 세계 노동자 민중을 더 힘들게 할 것이다. 만약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으로 치닫는다면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을 지원하면서 전쟁이 더 커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에도 미중이 남중국해에서 서로 상대방을 겨냥해 군사훈련을 자주 벌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북아에서도 머지않아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세계경제위기가 깊어지면 지배자들은 2차 대전 때처럼 전쟁에서 탈출구를 찾으려 할 수도 있다. 지금 무역전쟁이 첨예해지고, 난민 반대 등을 내건 극우 세력이 세계 곳곳에서 활개 치며, 군사전쟁의 범위가 늘고 있는 것은 불길한 징조다.


결국 전쟁의 배경에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있기에, 세계 노동자계급이 단결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맞설 때만 야만의 전쟁을 끝낼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4년 10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