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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소라넷부터 N번방까지 왜 끔찍한 성범죄가 되풀이되는가?


  • 2025-02-16
  • 227 회
소라넷부터 N번방까지
왜 끔찍한 성범죄가 되풀이되는가?

어떻게 여성들 몸에 칼로 ‘노예’라고 새기게 하고 찾아가서 강간할 수 있는가? N번방 사건을 접한 대중은 굉장히 분노했다. 청와대 청원은 역대급 청원자 수를 기록했고, 관련 재판 판사도 교체시켰다. 많은 이들은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에 제대로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맞다. 이 투쟁은 승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20년 동안 이어져온 한국 디지털 성범죄 역사를 본다면, 강한 처벌 이상의 대책이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 산업의 원조 : 소라넷

1999년에 시작된 ‘소라넷’은 회원 규모가 커진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윤을 추구했다. 성매매업소와 관련 업체들에게 매달 광고료를 받고 광고를 올렸다. 회원들이 업소를 이용하고 후기를 쓰면 성매매할인권을 제공했다. 운영자는 후기를 잘 쓰는 회원의 등급을 올려주어 구하기 어려운 성학대물을 보게 해줬다.

이 과정에서 여러 이익을 얻기 위해 강간모의 등 굉장히 폭력적인 컨텐츠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회원들이 생겼다. 컨텐츠가 느는 만큼 회원도 늘었다. 이런 수법으로 소라넷은 17년 동안 회원 100만 명, 100억의 수익을 달성했다. 2016년도엔 소라넷이 뒤늦게 폐쇄됐지만, 이미 비슷한 수익구조를 가진 사이트가 많이 생긴 뒤였다. 하지만 무능력한 경찰은 아직 소라넷 운영자도 다 잡지 못했다.

‘평범한 남성’들이 돈을 벌어들이다

디지털 성범죄가 돈이 되고, 수요층이 안정적이며, 수사망은 허술하고, 형량은 낮고, 보안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한다는 걸 알게 되자 ‘가맹점’을 내려는 이들이 생겼다. 소라넷이 폐쇄된 이후에 고등학생 ‘갓갓’, 30대 노동자 ‘와치맨’, 대학을 갓 졸업한 ‘조주빈(박사)’은 자신들의 사업을 시작한다. 문제는 여성들을 동원할 방법이었다. 약점을 잡는 것이 돈도 들지 않고 제일 간편했다.

인터넷에 ‘스폰 광고’를 올려 당장 일자리와 생활비가 필요한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또 SNS를 하는 아동 및 청소년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처럼 접근했다. 하지만 신상정보를 알아내고 나면 노골적인 성학대를 요구했다. 거절하면 신상정보를 뿌린다고 협박하는데 피해자들은 당연히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지인들에게 조롱받을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작정하고 접근하는 범죄자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끔찍한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

자본주의 사회에선 성범죄 산업들이 돈벌이가 되기에 항상 생겨난다. 디지털 성범죄도 껍질만 다를 뿐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가정, 학교, 군대, 직장에서 경쟁 논리와 이기주의를 학습한다. ‘정상적인 노동’으로는 삶을 개선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선 약자를 이용해 한몫 잡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 사람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실제로 웰컴투비디오 ‘손정우’도, ‘조주빈’도 자라온 환경이나 생활 형편 등이 좋지 않았다. 경제적 이익을 노리고 디지털 성범죄물을 거래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법과 공권력은 항상 너무 보수적이고 느리다. 그러는 동안 너무 많은 피해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발전하는 기술과 함께 계속 새로운 형태로 등장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끝내지 못하면 우리는 이 끔찍한 범죄를 완전히 끝낼 수 없다. 그 범죄들에서 노동자들은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이 체제의 모든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모든 차별적 의식을 집어 던지고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어 동지적으로 단결해, 범죄의 고리를 끊고자 나설 때 새 사회의 가능성은 열릴 것이다.

2020년 4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