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병들거나 굶지 않게 자본가가 다 책임져라
노동자가 병들거나 굶지 않게 자본가가 다 책임져라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을 선언하자, 전 세계 증시가 와르르 무너졌다. 수요 감소와 산유국 간 무한경쟁으로 유가도 배럴당 60달러에서 30달러로 폭락했다. 세계의 공장이자 소비국인 중국도 오랫동안 멈추고, 내수까지 얼어붙자 한국경제도 비틀거리고 있다. 이 위기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노동자는 이미 너무나 고통받고 있다.
닭장 같은 곳에서 일하다 병드는 노동자들
“열나요? 집에 가고 싶단 말이죠?” 고열을 호소하는 대구 삼성전자 콜센터 노동자에게 관리자가 이렇게 차갑게 말하며 1시간 넘게 붙잡아뒀다. 그 뒤 이 센터에선 확진자가 속출했다. 구로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도 노동자 760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온종일 통화하고, 같이 밥 먹다가 집단 감염됐다. 이런 노동자가 전국 745개 콜센터에 40만 명이나 되고,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집단감염 위험이 매우 높은 콜센터는 전염병이 퍼지기 전에 빠르게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하지만 원하청 사장 모두 노동자 안전은 팽개치고 돈벌이에만 혈안이었다. 간병노동자, 택배노동자 등 대면 서비스 노동자에게 마스크조차 주지 않는 사장도 여전히 많다.
일하지 못해 먹고살기 힘든 노동자들
일이 줄어들거나 일하지 못해 생존을 위협받는 노동자도 부지기수다. 항공산업, 관광산업, 외식업계 등 여러 산업의 수많은 노동자가 무급휴업, 연차 소진은 물론 권고사직과 해고도 강요당한다. 개학이 연기된 학교 비정규직 강사들은 계약 자체가 증발해 버렸다.
청년들은 취업이 무기한 연기되고, 조선업이나 자동차 산업 등에서 짤린 노동자들은 경기가 얼어붙어 재취업의 길이 막혔다. 공장이 돌아가지 않아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도 마스크 한 장 살 수 없는 노인들은 생존 자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임금손실도 고용불안도 감염우려도 없어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노동자 임금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어선 안 된다. 노동자가 아파서 쉬든, 주문이 줄거나 부품이 부족해서 쉬든, 자본가가 임금을 100% 보장해야 한다. 의심증상이 있는 노동자의 검사비도 자본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자본가들이 수십 년 동안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무권리 노동을 강요하며 수많은 노동자의 피땀을 쥐어짜, 세계경제 12위에 이를 정도로 하늘높이 부를 쌓아오지 않았는가?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빼앗아간 노동자의 피땀을 내놓아야 할 때다.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해야 한다. 콜센터 같은 밀집사업장에서는 재택근무, 유급휴가를 충분히 보장하고, 특히 대면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를 비롯해 모든 노동자에게 마스크, 손세정제 등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마스크공장, 공공병원, 택배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과로로 코피가 터지는데, 다른 업종에선 일이 줄거나 짤려 피눈물 흘린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모든 일을 모든 노동자에게 계획적으로 골고루 나눌 때만 해결할 수 있다.
노동자의 권리는 노동자의 손으로
자본가들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온갖 방법으로 노동자에게 더 떠넘길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산입범위를 더 확대하자고 정부에 주문했다. 경사노위는 ‘노사정 합의’를 통해 올해 임금교섭을 늦추라고 요구했다. 더 이상 희생당할 수 없다.
‘모든 임금삭감 반대, 생활임금 보장’, ‘모든 해고 금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 같은 계급적 요구를 높이 내걸어야 한다.
2020년 3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