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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이란을 폭격하며 중국을 겨누는 미국


  • 2026-04-04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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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6년 3월 25일


결국 5일간 연기하겠다곤 했지만, 트럼프는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이란에 통첩했다. 그리고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맡고 있는 하르그 섬을 지상군까지 투입해 장악하겠다는 의사도 비쳐 왔다. 4주째 이어져온 미국의 이란 전쟁은 왜 발생했고 어디로 갈 것인가?


이란 전쟁은 이란만 겨냥하지 않는다


이 전쟁을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의 충돌로만 보면, 그 본질을 놓치게 된다. 미국이 진짜 겨냥하는 것은 이란 너머에 있는 중국이다. 이란 전쟁은 자원과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의 한 수다.


왜 그런가. 중국은 석유 소비량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중동에서 온다. 이란산 원유의 약 90%가 중국으로 향한다. 세계 해상 석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중국 에너지 안보의 급소다. 호르무즈를 통한 중국의 원유 수입 총량은 전쟁 전 535만 배럴에서 현재 122만 배럴로 급감했다. 중국은 14억 배럴의 전략비축유로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미국은 이번 전쟁으로 이란에 친미 정권을 세워, 중국 에너지 안보의 또 다른 급소를 틀어쥐고 싶었을 것이다.


이란 전쟁만이 아니다. 올해 1월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쳐들어가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나라로, 중국에 600억 달러 이상의 차관을 석유로 갚고 있었다. 트럼프 정부는 그린란드 장악도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그린란드에는 반도체와 첨단 무기에 필수적인 희토류가 대량 매장돼 있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0~9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에, 미국은 이 의존을 줄이려 한다.


이란, 베네수엘라, 그린란드, 즉 중동, 남미, 북극이라는 세 개의 전장에 하나의 전략적 논리가 관통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의 생산·수송·가공 전 과정에서 미국이 우위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이 구도는 2차 대전 당시 미국이 대일 석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영국 해군이 해상 봉쇄로 독일의 해외 원자재·석유 수입을 차단했던 전략을 구조적으로 빼닮았다.


왜 야만적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는가?


미국의 이란 전쟁이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지만, 설사 어떤 합의에 이르러 이 전쟁이 멈추더라도, 그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더 큰 전쟁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한 에피소드일 뿐이다.


트럼프는 대선 때 “취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란을 상대로 새 전쟁을 시작했고, 베네수엘라를 침공했으며, 그린란드를 노리고 있다. 이는 트럼프 개인이 변덕스럽기 때문이 아니다.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면 미국 자본가 계급에게 전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말해주듯, 기존 패권국이 부상하는 도전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 위험은 급격히 높아진다. 지난 500년간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국이 충돌한 16건 중 12건이 전쟁으로 귀결됐다. 영국과 독일의 경쟁이 1차 대전으로, 자원을 둘러싼 강대국 갈등이 2차 대전으로 비화했듯, 미중 갈등이 오늘날의 전쟁들을 낳고 있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약육강식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세계에서, 전쟁은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다. 이란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수단 내전, 콩고 분쟁, 소말리아 전쟁... 이 모든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지만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다. 자원과 시장, 영향력을 차지하려는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경쟁이 그것이다.


미국의 이란 전쟁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미중 갈등이 격해지면서 전쟁의 화염이 언제 동아시아와 한반도로 옮겨붙을지 모른다. 미국과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대만 해협, 남중국해, 한반도 등을 잠재적 전장으로 여기고 전쟁 훈련을 맹렬히 벌이고 있다.


이윤과 패권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존속하는 한 야만적 전쟁은 필연이다. 그러나 야만적 전쟁은 우리가 바라는 미래가 아니다. 그렇다면 야만적 전쟁의 뿌리인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철폐하기 위해 전 세계 노동자가 단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