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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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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좌파 - 팔레스타인과 하마스 문제


  • 2025-03-02
  • 98 회

이 글은 프랑스 혁명적노동자조직 LO의 2023년 11월 23일자 기사를 번역한 것이다. [1], [2] 등은 원저자의 미주로 본문 끝에 설명이 있고, 옮긴이 주는 본문에서 [   ] 안에 넣었다.(편집자)}


10월 7일 재개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을 계기로 극좌파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필립 푸투와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이끄는 NPA(<반자본주의> 신문을 발행하는 조직)[1]와 대변인이 아나스 카집인 연속혁명 그룹(Révolution permanente, RP)이 옹호하는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벌어진] 10월 7일, NPA는 ‘저항세력의 편’에서 ‘공격’을 펼쳤다는 사실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NPA는 팔레스타인인들과 그들이 저항하기 위해 선택한 투쟁 수단을 지지한다는 점을 거듭 밝힌다"고 했다. 그러나 그 "투쟁 수단" 때문에 수백 명의 이스라엘 민간인과 태국 농장 노동자까지 학살당했다는 사실에 당황한 NPA는 이틀 후 "하마스의 정치적, 이념적 프로젝트, 전략 및 투쟁 수단"이 자신의 것이 아니며 "모든 민간인 희생자"에 애도를 표하고 "모든 전쟁 범죄"를 비난한다고 명시하며 자기 입장을 살짝 바꿨다. 그러나 NPA는 하마스의 계급적, 부르주아적 성격이나 민족주의적이고 반동적인 정책을 비판한 적이 없다. 그리고 지난 한 달 반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의 지도부로 간주되는 하마스에 계급 정책으로 반대하지 않고 연대를 표명했다.

분명히 말해 두자면, NPA는 더 이상 노동자 혁명과 공산주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국제 정책에서는, 일반적으로 억압받는 사람들, 특히 그들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을 자기 모토로 삼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불분명한 지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의 러시아에 대항하는 바이든과 마크롱의 나토 진영을 지지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 프랑스에서 NPA의 정치적 어법은 <불굴의프랑스>(멜랑숑 경향)의 정치적 어법과 더 이상 크게 다르지 않다. NPA는 멜랑숑의 당과 2020년과 2021년에 선거협약을 맺었고, 2022년에도 실패하긴 했지만 선거협약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2024년 유럽연합 선거를 위해 공동 캠페인을 제안했다.

반면 연속혁명 그룹은 스스로를 트로츠키주의 그룹이고 혁명가 그룹이라고 부른다. 모레노[아르헨티나 트로츠키주의 혁명가] 경향에서 나온 이 그룹은 2021년에 NPA가 제도적 좌파에 가까워졌다고 비판하고 NPA에서 분리하면서 결성됐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이 그룹은 사실 민족주의 조직을 지지하는 입장과 비슷한 정책을 옹호한다. NPA와 마찬가지로 10월 7일의 "민간인 희생자"를 이유로 하마스를 비판했다. 또한 하마스를 "친자본주의적이고 종교적인 조직"이라고 서술하고, 심지어 이슬람 국가를 건설한다는 강령이 "반동적"이라고도 설명한다. 하지만 이 그룹은 "팔레스타인 저항" 또는 "팔레스타인 진영의 저항"을 지지한다고 하면서 하마스를 지지한다. 공개 석상에서 연속혁명 그룹은 하마스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휘날린다. 최근 기사에서 이 그룹은 LO가 "민족해방 투쟁에 대한 기본적 연대 원칙에서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에 대해 답변할 필요가 있다.


공산주의자와 민족 문제


프랑스 같은 제국주의 국가에서 혁명가들은 강대국의 희생자, 이 경우에는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연대 의지를 보여줄 의무가 분명히 있다. 연속혁명 그룹이 쓴 것과 달리, LO는 중립적이지 않으며 "팔레스타인 민족 운동과 이스라엘 국가를 동급”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기본권을 짓밟는 이스라엘 지배자들의 정책과 프랑스를 비롯한 제국주의 열강의 축복 속에 하마스와는 전혀 다른 규모로 폭력을 행사하는 이스라엘의 국가 테러리즘을 계속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연대가 마르크스주의 정책을 수립하지는 않는다. 각 상황이 구체적이라 할지라도 민족 투쟁과 민족주의의 문제는 공산주의 운동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 정책을 비판하면서, 연속혁명 그룹은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트로츠키를 끌어온다. 오늘날의 문제를 그들이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특히 레닌과 트로츠키는 제국주의 지배와 수많은 민족 해방 운동에 직면해 풍부한 문헌을 남겼다.

제2 인터내셔널 안에서 레닌은 짜르 러시아에서 억압당했던 폴란드인과 유대인의 권리를 지지했다. 그러나 그는 폴란드 부르주아 민족주의자들에 맞섰고, 유대인 노동자만 조직하고자 했던 분트[유대인 동맹]에도 맞섰다. 그가 보기에 유대인이든 다른 민족이든 폴란드 민족의 자결권을 인정하는 것은 그들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민족주의자들과 싸우는 것과 분리할 수 없는 문제였다[2]. 1차 대전 중 로자 룩셈부르크와 레닌은 독일 사민당과 영국 노동당이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는 자국 제국주의를 옹호하며 투항한 것을 비판했다. 이 혁명적 지도자들의 마르크스주의는 분명했다. 레닌은 <사회주의와 전쟁>(1915)에서 프랑스에 대한 모로코의 승리, 영국에 대한 인도의 승리, 러시아에 대한 페르시아 또는 중국의 승리를 옹호했다고 연속혁명 그룹은 지적한다. 그렇지만 레닌은 식민지 또는 반식민지 국가에서 현지 지배 계급과 그 대표자인 술탄, 군벌 또는 마하라자에 맞선 프롤레타리아트 계급 투쟁을 옹호하기도 했다.

러시아 혁명 당시 젊은 소비에트 정부는 민족 자결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혁명적 사회 변혁의 일환으로 여러 민족을 연합하기를 원했고, 우크라이나, 폴란드, 그루지야 등의 부르주아 민족주의자들에 맞서 노동자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거침없이 싸웠다.

1920년 2차 대회에서 공산주의인터내셔널[코민테른]은 민족 문제와 식민지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거기엔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이 포함돼 있다.


"피억압 국가에서는 날마다 점점 더 분리되고 있는 두 가지 운동이 있는데, 하나는 정치적 독립과 부르주아 질서를 추구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민족주의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무지하고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이 온갖 착취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운동이다.

전자는 후자를 통제하려고 노력하며 종종 어느 정도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공산주의인터내셔널과 그 지지 정당들은 이런 경향에 맞서 싸우고 식민지 노동 대중의 독립적인 계급의식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는 노동자와 농민을 조직해, 그들을 혁명과 소비에트공화국 수립으로 이끌 공산당을 결성하는 것이다." [<코민테른 자료선집>, 동녘, 240-241쪽]


같은 테제에서 "성직자의 반동적이고 중세적인 영향력", "범이슬람주의, 범아시아주의 및 기타 유사한 운동"에 맞서 싸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레닌 글에 따르면 공산주의인터내셔널은 "가장 순수한 공산당의 분자들(말로만의 공산주의자들이 아닌 진정한 공산주의자들)이 결집해 그들의 특정한 임무, 즉 자기 민족 안의 부르주아 민주주의 운동에 맞서 싸우는 임무를 교육받는다는 조건에서만 식민지와 후진국의 혁명 운동을 지원해야 한다"(테제 11)고 덧붙였다[코민테른 자료선집 3권, 동녘, 229-230쪽]. 인도와 팔레스타인을 포함해 공산주의자들은 부르주아 민족주의 운동으로부터 독립적인 당을 만들었다.

중국 혁명(1925-1927년) 당시 레닌은 사망했고, 트로츠키는 인터내셔널 지도부에서 배제당했으며, 스탈린, 지노비예프, 부하린은 젊은 중국 공산당이 민족주의 국민당을 지지하고 심지어 국민당과 합당하라고 요구했다. 나머지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장개석의 국민당은 정권을 장악했고, 노동자들을 학살하고 국민당을 지지했던 공산주의 투사들을 청산한 후 20년 넘게 잔혹한 독재를 펼쳤다. 트로츠키는 이를 계속 비판했고, 1928년 제6차 코민테른 대회에서 코민테른의 정책을 전면 비판했다.

 

“부르주아지의 성격과 정치에 관한 문제는 혁명투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의 계급 내부 구조 전체, 이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역사적 시대, 토착 부르주아지를 세계 제국주의 전체 또는 그 일부에 구속하는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의존의 정도, 마지막으로 토착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 활동 정도와 국제 혁명운동과의 연계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민주주의 혁명이나 민족 해방은 부르주아지가 착취할 가능성을 심화시키고 확장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노동자계급이 혁명의 영역에 자주적으로 개입하면 부르주아지는 이런 가능성을 모두 빼앗길 수 있다.”(<레닌 이후의 공산주의 인터내셔널>)


트로츠키는 이 입장에서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1940년 5월에도 제국주의 전쟁과 제국주의 세계의 혁명에 관한 제4 인터내셔널의 경고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제4 인터내셔널은 후진국과 선진국 사이에, 민주주의 혁명과 사회주의 혁명 사이에 철저한 장벽을 세우지 않는다. 이 둘을 결합해 억압자에 대항하는 피억압자의 세계적 투쟁에 종속시킨다. 우리 시대의 유일한 진정한 혁명 세력이 국제 노동자계급인 것처럼, 모든 사회적‧국가적 억압을 끝장내기 위한 유일한 진정한 강령은 연속혁명 강령이다.”


그 후 제4 인터내셔널 통합 서기국은 중국 공산당부터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베트남 민족해방전선(FNL)과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에 이르기까지 가난한 나라들에서 민족주의 운동을 당대의 ‘사회주의 전령’으로 부르고 추종하면서 이 정책을 포기했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민족 투쟁


"제국주의와 그 책략에 반대하고, 네타냐후와 하마스에 반대하며, 프랑스,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의 노동자여, 단결하자"라는 우리의 슬로건을 연속혁명 그룹이 비판할 때, 이 비판은 사실 "하마스 반대"라는 표현을 전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하마스는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타협해 불신당한 파타에 맞선 2006년 선거에서 승리한 다음, 하마스는 유혈 대결 끝에 파타를 무너뜨렸다. 따라서 하마스(이슬람 저항 운동)는 부르주아 민족주의의 지형 위에 있지만, 종교적이고 반동적인 버전이다. 처음에는 여성을 가사 노동에만 국한시키고 히잡 착용이나 공공장소 흡연 금지를 강요하려다 저항에 부딪혀 물러섰다. 만약 가자 지구에서 공산주의 노동자 운동이 발전하면, 무슬림 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인 하마스가 모델로 삼고 있는 이란 정권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정권처럼 탄압할 것이다.

하마스를 팔레스타인의 주요 저항 조직으로 묘사하는 것은 사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언어 오용이다. 하마스는 17년 동안 가자 지구의 220만 주민을 상대로 독재를 행사해 왔다. 그들은 행정부, 세금, 민병대, 교도소 및 전체 억압 장치를 갖춘 소규모 국가기구를 운영한다. 10월 7일 이전에 하마스가 가자 주민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위세를 떨쳤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마스는 선거를 조직하지 않는다. 많은 비평가가 팔레스타인 부르주아지의 특권을 옹호하는 하마스 간부들이 종종 부패하고 나머지 주민들보다 잘 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표적으로 삼는다. 2019년에 젊은이 수천 명이 세금과 빈곤에 반대하며 시위하다가 하마스한테 폭력적으로 진압당한 '우리는 살고 싶다' 운동처럼 최근 몇 년 동안 SNS를 통해 자발적 시위가 여러 차례 일어났다. 이스라엘에 맞설 때 하마스는 대중 운동을 일으키거나 이에 의존하지 않고 자발적 반란을 억누르려 한다. 2021년 봄, 예루살렘 점령 지역과 서안지구, 난민 캠프의 젊은이들이 들고 일어났을 때 하마스는 협상할 수밖에 없는 상대로 이스라엘한테 인정받으려고 이 상황을 이용했다. 이스라엘로 로켓을 발사해 자신들만이 유일하게 싸우는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포격했고, 이 군사적 대결이 젊은이들의 반란을 끝내버렸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일부가 하마스를 신뢰할지라도,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신뢰하지 않는다. 연속혁명 그룹은 하마스가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 주요한 민족적 저항 조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민중과 극빈층으로부터 어떤 통제도 받지 않은 채 행동하고 결정한다. 하마스의 방식은 반란자들이 자기 힘을 자각하고 스스로를 조직하며 정치를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통제를 받지 않는 민병대를 조직해 노동자들의 이익과 무관하게 정책을 펼친 다음, 탄압받을 때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10월 7일의 공격은 아무런 통제나 논의 없이 하마스 지도부가 시작했고, 그 이후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학살의 대가를 가자지구 주민들이 고스란히 치르고 있다.

하마스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의 유혈 대응을 분명히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서안지구를 포함해)팔레스타인 전체를 자신들이 이끌고 싶어 하고, 이스라엘 국가가 두 민족 사이에 조성한 피의 간극을 더욱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하마스의 전략과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하마스 지도자 중 한 명인 칼릴 알-하야는 "하마스의 목표는 가자지구를 통치하거나, 가자지구에 물, 전기 또는 다른 어떤 것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냉소적으로 설명했다(뉴욕 타임스, 11월 8일). 가자지구 주민들은 하마스 지도자들에게는 술책의 재료일 뿐이다. 하마스는 주로 이민자를 중심으로 노동자 수만 명을 잔인하게 착취해 부를 축적한 카타르 에미르 정권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하마스는 자본주의와 부르주아지의 지배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오히려 옹호한다.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반란을 자기 이익을 위한 군사적 대결로 유도해, 하마스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결국엔 제국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나름의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다. 하마스는 부르주아 민족주의의 또 다른 변종이며, 특히 반동적인 종교 버전이다. PLO가 서안지구에 자기 법을 강요하는 것처럼, 가자지구의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싸우지만 기존 사회 질서의 틀 안에서 자기 법을 주민들에게 강요하는 헌병이다.

우리가 팔레스타인 노동자와 유대인 노동자의 단결을 촉구하는 것에 대해 연속혁명 그룹은 현실을 무시하고 "이스라엘을 특징짓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고려하지 않는 열망이라고 비판했다(10월 30일). 그러나 다른 기사에서 연속혁명 그룹은 "가장 심오한 단결은... 시오니즘과 결별할 준비가 된 이스라엘 노동자와 단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3]. 이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인종차별은 특히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이뤄진다. 하지만 연속혁명 그룹의 10월 30일자 기사는 이스라엘에 200만 팔레스타인인이 살고 있고, 그들이 유대인 이스라엘인과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 수만 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 실제로 연속혁명 그룹은 우리가 우리 정책의 기초를 노동자 계급 영역에 둔다고 비판한다. 연속혁명 그룹은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트로츠키를 언급하지만 그들의 전체 투쟁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는 “전 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를 잊어버리고 있다. 연속혁명 그룹은 우리가 “팔레스타인 민족해방 투쟁을 '지배계급'에 맞선 '노동자'의 투쟁으로 은밀하게” 대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은밀하게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그렇게 주장한다. 하지만 연속혁명 그룹에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사라진다.

이 조직은 계급 정책 대신에 레닌과 트로츠키한테서 공식적으로 따온 용어인 ‘민족 자결을 위한 투쟁을 노동자 혁명으로 '전환'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트로츠키주의자라고 자처하는 흐름이 소부르주아 민족주의 지도부를 지지하면서, 1917년에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을 사회주의 혁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혁명적 공산당을 노동자 계급 안에서 건설하기를 포기하는 것을 정당화하려고 자주 사용했던 말이다.

 

만약 혁명가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이 적절한 자기 국가를 가질 권리를 인정한다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적절한 민족적 실체를 가질 권리를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가가 부르주아 국가일 뿐만 아니라 친제국주의 시오니스트 정책에 기초해 만들어졌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부정하고 수십만 팔레스타인인을 그들의 땅에서 몰아내고 수용소에 몰아넣으며 오늘날에도 폭탄으로 짓밟고 있기에 혁명가들은 이스라엘 국가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가 파괴’라는 슬로건은 혁명가들의 슬로건이 될 수 없다. 왜냐면 ‘이스라엘 국가 파괴’라는 슬로건을 제시한 민족주의자들은 분명히 혁명적 노동자계급이 그 국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의 이익을 위해 파괴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슬로건은 어떤 형태로든 오늘날의 이스라엘인들이 자신들의 적절한 국가를 계속 가질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부정을 포함한다.

혁명가들은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의 투쟁을 제국주의를 타도하기 위한 세계 노동자계급의 투쟁에 통합시켜, 노동자들이 권력을 잡게 하기 위해 투쟁한다. 식민지배와 그 여파에 따른 현재의 분열에 직면해 혁명가들은 중동 민족 사회주의 연방이라는 사상을 방어한다. 이는 오늘날 이스라엘, 옛 영국령의 이웃 국가들, 서안지구, 가자지구, 예루살렘의 여러 지역, 옛 프랑스령의 여러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이다.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미 한 세기 전에 이런 종류의 문제에 직면했다. 1914~1918년 전쟁[1차 대전]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식민지를 재분할할 뿐만 아니라 유럽의 국경도 자국에 유리하게 다시 확정하려고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거대 제국과 독일 같은 강대국이 맞붙은 전쟁이었다. 유럽 노동자계급에게 문제는 경제 발전의 주요 제동 장치인 민족주의적 '조국'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고 트로츠키는 강조했다. 훨씬 더 위대한 조국, 즉 세계합중국으로 가는 첫걸음인 유럽합중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노동자계급은 세계경제를 사회주의적으로 조직할 때만 자본주의의 막다른 골목인 제국주의에 맞설 수 있다. 자본주의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자계급은 자기 자신의 방법, 즉 사회혁명이란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4]

만약 팔레스타인인들 속에 혁명적 공산당이 있다면 사람들의 강한 민족 감정을 고려해야 하지만, 민족 억압과 착취에 대한 반란의 감정을 그 지역의 혁명적 변혁을 위한 계급 투쟁과 통합시켜야 할 것이다.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에서도 노동자 계급과 빈민 대중은 민족 해방에 대한 열망에 국한되지 않는 그들만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스라엘이 벌인 연이은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은 레바논에서 요르단, 시리아 등에 이르기까지 중동 지역 전역으로 흩어졌다. 1970년에 요르단 왕국이 자국 땅에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을 살육한 ‘검은 9월 학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상황은 여러 아랍 정권을 [팔레스타인 민중의] 숙적으로 만들면서, 여러 관련 국가의 계급적 형제들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오늘날에도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는 시위에 알제리, 튀니지, 예멘, 이라크에서 수십만 명이 참가하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스라엘과 수교 협상을 벌이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제국주의를 향한 분노가 자신들의 부르주아화한 봉건 정권을 향할 것을 우려해 일시적이지만 한 발 물러서야 했다.

기본적으로 하마스는 현재 가자지구처럼 포위된 변방 국가가 아니라 중동 국가들의 연합에서 완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를 운영하기를 원한다. 하마스는 사실 팔레스타인 부르주아지의 합당한 대표자가 돼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지배를 보장받기를 열망한다. 반대로 공산주의 혁명가들은 팔레스타인 노동자, 아랍인 노동자, 유대인 노동자 등이 부르주아지로부터 권력을 빼앗아 통치하기를 바란다. PLO와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인의 단결을 주장할 때 – 연속혁명 그룹과 NPA가 숭배하는 그들의 깃발 뒤에서 - 혁명가들은 계급 모순 즉 가난한 팔레스타인인들과 부유한 팔레스타인인들을 갈라놓는 요인, 그리고 그들을 중동 전체의 노동자 및 빈민 대중과 단결시킬 수 있는 요인에 대해 주장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시오니스트 실체’를 파괴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제국주의와 타협하려 하고, 제국주의로부터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하마스는 부르주아지의 이익을 옹호하며 그들의 정책은 억압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익과 정반대다. 그래서 하마스는 그들의 반란을 두려워한다. 혁명가들이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투쟁에서 연대해야 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민중이다. 기회주의에 사로잡혀 하마스를 지지하고,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전체 민중의 '정당한 저항'과 동일시하며, 팔레스타인 민족 억압에 대한 인식을 하마스 같은 반동적 종교 단체의 민족주의 정책에 대한 지지로 바꿔 버리는 것은 모든 계급 정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1] 독자들은 지난해부터 NPA가 2개로 나뉘었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우선, 기관지 <반자본주의>를 발행하는 필립 푸투와 올리비에 브장스노의 NPA가 있는데, 이 글에서 다루는 건 이 NPA다. 다음으로, 월간 <혁명가>를 발행하는 다른 NPA가 있는데 이 그룹에 대해선 이 글에서 다루지 않고 있다.

[2] 예를 들어 레닌, <민족문제에 관한 테제>, 1913년 참조.

[3] 필립 알코이,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지한다는 것은 하마스의 전략과 방법을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연속혁명, 2023년 10월 11일.

[4] 레온 트로츠키, <전쟁과 인터내셔널>, 1914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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