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랜드 앤 프리덤>(1995)은 1936년 스페인 혁명을 배경으로 하며, 조지 오웰의 소설 <카탈로니아 찬가>를 토대로 만들었다. 영화는 영국 공산당 당원 데이비드가 국제의용군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며 겪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영화가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이유는 스페인 노동자와 농민들이 스스로 무장해 파시즘에 맞서 싸우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 했던 혁명적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노동자 민병대가 파시스트 군부를 몰아내고 장악한 마을에서 토지 집단화(사적 소유를 제한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 문제를 두고 격렬하게 토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엇이 스페인 혁명을 가로막았는지도 보여준다. 스탈린주의 코민테른은 독일 파시즘에 맞선다는 구실로 프랑스, 영국 제국주의와 손을 잡았다. 그래서 이런 제국주의 국가들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프랑스에서나 스페인에서 노동자 계급이 사회주의 혁명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았다. 이런 스탈린주의 세력에 맞서면서 혁명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지도부가 없었다. 중도주의적인 맑스주의통일노동자당과 아나키스트 조직까지 참여해 “좌파” 부르주아 정당과 인민전선 정부를 구성한 결과 노동자 계급에게 족쇄가 채워졌다. 특히 계급투쟁이 격화된 시기에 이 인민전선은 결국 프랑코에게 독재의 길을 열어줬다.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승리를 위해서는 부르주아와 타협하지 않고, 자기 계급의 독립성과 혁명적 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혁명적 노동자당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과거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과거 실패의 교훈을 깊이 새기고 다가올 투쟁에 대비해야 한다. 이 영화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8호, 2025년 7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