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애 작가의 <인간 문제>는 한국 프롤레타리아 문학 중 몇 안 되는 장편소설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노동자 계급의 관점에 충실하고, 문학적 완성도도 높다. 일제 식민지하 한국의 자본주의화 과정과 노동자 농민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동시에 인물들과 사건이 촘촘하게 상호작용하며 전개되는 스토리는 개연성이 높아 재미도 있다.
<인간 문제>는 크게 세 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봉건적 착취에 따른 농민의 몰락, 자본주의와 대공장의 등장에 따른 노동자 계급의 형성, 봉건적·자본주의적 여성억압이 바로 그것이다. 중심인물들은 모두 처음엔 농민이었지만 지주의 악랄한 착취와 억압 때문에 몰락하고, 도시로 떠난다. 이들은 모두 여지없이 노동자계급이 된다. 여성은 방적공장 노동자가, 남성은 부두 노동자가 된다. 여기서 작가는 인천항을 중심으로 항구와 공장이 발전하던 한국의 초기 자본주의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주인공을 비롯해 여성 인물들을 통해 봉건적인 농촌 사회에서든 자본주의 대공장에서든 여성억압이 다양하게, 하지만 일관되게 일어난다는 점도 포착한다.
이 소설은 단순히 착취당하는 농민과 노동자의 현실, 억압당하는 여성의 삶을 비참하게만 그려내지 않는다. 노동자 계급의 투쟁이 희망이라고 확고하게 말한다. 주인공들은 처참한 노동환경에서 계급의식을 각성하고 투사로 거듭난다. 공장과 부두에서 집단적으로 투쟁하고 조직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역사적 사명을 다하는 주체적인 노동자계급의 일원이 된다.
이외에도 작가는 중간계급 지식인의 기회주의적 성격, 통속적 사랑과 구별되는 노동자계급의 사랑 등도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을 통해 녹여낸다. 섬세한 심리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등장인물의 감정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주제의식을 명확하게 담고 있으면서도 기계적이거나 경직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인간 문제>는 한국 노동계급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인간 문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인간은 이 문제를 위하여 몇 천만 년을 두고 싸워왔다. 그러나 아직 이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앞으로 이 당면한 큰 문제를 풀어나갈 인간이 누굴까?’라는 마지막 질문을 통해 작가는 우리를 지목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풍부한 경험을 쌓고자 한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8호, 2025년 7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