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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문화
 

[영화평] <9월 5일: 위험한 특종>


  • 2025-06-26
  • 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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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에는 사상 최초로 위성 생중계가 도입됐다. 독일은 이 올림픽을 통해 나치 정권 이후 달라진 독일의 평화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다. 따라서 이스라엘 선수단이 독일에서 경기하는 장면을 세계에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은 독일 정부에 중요했다. 이는 영화의 주인공인 ABC 방송국 취재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검은 9월단’의 테러로 물거품이 된다.


검은 9월단은 이스라엘 선수단을 납치하며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포로 234명의 석방을 요구한다. 그러나 영화 속 취재진은 이런 사건의 배경을 따라가는 대신, 더욱 자극적인 장면을 생중계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그들은 취재 과열 과정에서 경찰의 진압 작전을 생중계해 테러리스트들에게 작전 과정을 노출시키기도 한다.

 

주인공들의 대사에서도 나타나듯이 과열 취재의 원인은 사명감이 아니라 오로지 돈이었다. 광고 수익이나 승진 같은 이해관계 때문에 인질들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다. 결국 ‘인질이 전원 구출됐다’는 헛소문마저 충분한 검증 없이 보도해 버린다. 이는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를 닮았다.


실제 역사에서 인질이 모두 죽은 이후 상황은 어떻게 굴러갔을까? 이스라엘은 피의 보복을 시작했다. 검은 9월단 단원 대부분을 추격해 암살했고,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더욱 가속화했다. 검은 9월단의 의도와 다르게 팔레스타인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며, 이스라엘에 더욱 억압받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이렇게 썼다. "총만으로 어떤 목표든 달성할 수 있다면, 우리가 왜 계급투쟁을 위해 노력하겠는가?" 조직된 노동자의 저항이 아닌 개인의 테러 행위는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만 부른다. 1972년 뮌헨에서도,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에서도 그랬듯, 트로츠키의 말마따나 개인적 테러는 "매번 국가가 테러집단보다 물리적 파괴 수단과 기계적 억압 수단을 더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뿐이었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3호, 2025년 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