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에는 진짜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많은 사람이 먹고사는 이야기 말이다.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75명이 자기만 할 수 있는 고유한 이야기들을 직접 써놨다. 건설노동자, 발전소노동자, 학교비정규직노동자부터 타투이스트, 유튜브 크리에이터, 웹툰작가, 예능작가, 게임엔지니어까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 ‘노동자’라고 부르기 힘든 직업도 많다.
모두 노동이다. 웹툰을 그리는 것, 유튜브 컨텐츠를 만드는 것,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게임을 만드는 것이 다 노동이다. 노동이 아닌 것이 없고, 우리의 노동 없이 세상은 굴러가지 않는다. 각 직업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다 노동을 통해 먹고산다는 점에서 같은 노동자라는 걸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바로 착취당한다는 점이다. 택배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는 말할 것도 없고 웹툰작가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게임엔지니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플랫폼과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고, 초과노동과 공짜노동으로 혹사당하며 건강과 생명이 위태롭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자기 일에 자부심과 애정 또한 가지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착취당하고 차별당할지언정 자신의 노동과 삶을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도 거기서 나오는 것 같다. 노동하는 모든 사람의 희로애락이 우리에게 좌절만이 아니라 희망도 준다. 나는 얼마짜리인가를 생각해 보다가 나에게 가격을 매기지 말라고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수많은 노동자의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1호, 2024년 12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