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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문화
 

[드라마평] <송곳> - 분명 하나쯤 뚫고 나온다.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 2025-03-06
  • 1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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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장교이던 주인공 이수인. '군바리'들이 사회를 장악하고 있던 때, 가난을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에 육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원칙주의자였던 수인에겐 그 '한국적 문화'가 도저히 맞지 않았다. 지킬 것을 지키지 않는 이들이 넘치는 세상. 지침을 지키려는 그는 군중 속을 뚫고 나온 '송곳'과 같은 존재였다.


전역 후 외국계 대형마트 '푸르미'로 이직한 그는, 특유의 서구적 분위기 속에서 나름대로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은 영원할 듯했다. 무너지기 전까진.


이상한 명령 하나가 내려온다. 빌미를 만들어 팀원들을 해고하라는 것. 정규직 사원들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계약직 노동자들로 대체하려는 속셈이었다. 수인은 위법적 지시라며 항변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동료 과장들과 회의해 노조 가입을 결의한다. 하지만 약속한 당일, 수인 외엔 그 어떤 과장도 나타나지 않았다. 수인은 사원들과 함께 노조에 가입해 지부 설립을 시도한다.


그렇게 시작한 노조. 순탄하게 굴러갈 리가 없다. 그러던 중, 수인은 한 남자를 만난다. 노동상담소 소장 구고신. 그는 도시 한 구석의 사무실에서 노동법 교육을 하고 노조 활동 및 파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그야말로 '송곳' 같은 존재였다. 수인은 그의 도움을 받아, 마트 노동자들과 투쟁을 조직한다. 


드라마는 프랑스계 대형마트 까르푸에서 일어난 일을 모티브로 한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을 일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꽤 세밀하게 보여준다. 노조와는 얽히기도 싫어하던 이들이 노조 조끼를 입고 함께 연대하는 과정. 잠시 숨을 돌리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이들이 준법투쟁을 결의하고 매장을 당당히 떠나는 모습. 사측의 방해와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갈등과 봉합, 그리고 마침내 시작되는 파업을, 드라마는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그리고 보여준다. 우리가 왜 싸워야 하는지. 왜 우리 모두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야 하는지.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 서울 56호, 2024년 7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