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 출신 감독 파트리시오 구스만의 3부작 다큐멘터리 영화 <칠레 전투>는 1973년 2월부터 9월 아옌데 정부가 쿠데타로 붕괴하기까지의 칠레 현장을 기록했다. 구스만은 소형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고 거리로 나가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를 담았다. 쿠데타 직후 일부 필름은 몰수됐지만, 상당수는 쿠바로 밀반출해 1975년부터 1979년까지 <1부 부르주아지의 반란>, <2부 쿠데타>, <3부 민중의 힘>을 완성했다.
1970년 10월 선거로 집권한 아옌데의 ‘인민연합’ 정부는 합법적‧평화적으로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동자 민중의 힘을 억누르며 자본주의 질서와 국가기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참모총장으로 임명한 피노체트 장군의 쿠데타로 최후를 맞았다. 이후 피노체트는 한 세대의 노동자계급 투사들과 조직을 철저히 파괴했다.
<3부 - 민중의 힘>은 아옌데 정부 말기, 우익의 반란에 맞서 노동자 민중이 스스로 조직을 건설하고 자본가들이 폐쇄한 공장을 점거해 집단적으로 생산과 분배를 관리해 나가는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의 옹호자들은 말한다. “노동자와 민중은 사회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 “경영자와 통치자들 없이는 회사도, 나라도 굴러갈 수 없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이런 말들이 거짓이라는 걸 폭로한다. 노동자들은 실제 역사 속에서 사회를 운영할 능력을 증명했다.
오늘날에도 식료품을 만들고, 전기를 공급하며, 병원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통수단을 운행하는 등 노동자들이 이 사회의 모든 것을 생산하고 있다. 지배자 없이도 이 사회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오늘날에도 이 영화가 던져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71호(2025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