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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마르크스
문화
 

[영화평] <오펜하이머> – 미국은 왜 핵폭탄을 투하했는가?


  • 2025-02-27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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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미국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 폭발 장면. 출처: 미국 NARA 사진 캡처(연합뉴스 기사에서 재인용)]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러시아와 대리전을 벌이고, 중국에 대한 봉쇄 정책을 강화하면서 세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때에,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한 과학자 오펜하이머의 삶을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는 핵무기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왜 핵폭탄을 투하했는지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미국 지배자들은 미군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핵폭탄 투하가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러 기록에 따르면, 미국이 1945년 8월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하기 전부터 일본 지도부는 항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당시 일본의 동맹국인 나치 독일은 연달아 패전했고, 1945년 4월 히틀러도 자살했다. 일본도 1945년 봄 미국으로부터 도쿄를 비롯해 여러 도시를 대폭격당해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전쟁 승리가 확실했는데도 미국은 핵폭탄을 투하했다. 주목적은 소련이 태평양 전쟁에 참가하기 전에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고, 경쟁 강대국들에 핵무기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당시 미국 지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후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평범한 일본인 수십만이 즉사하고 방사능으로 오래 고통받아야 했다.


미국의 핵폭탄 투하는, 세계 지배자들이 자기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3차 대전이 벌어지고 인류에게 다시 핵무기가 사용될 것인가? 지금 인류의 비극은 부와 권력을 쥔 소수 지배자가 세상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46호, 2023년 10월 2일